항목 ID | GC0810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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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禁酒令-肅宗大王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북도 경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은정 |
수록|간행 시기/일시 | 1989년 - 「금주령과 숙종 대왕」 『경산지』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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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 인물 전설 |
주요 등장 인물 | 숙종 대왕|신하들|뱃사공|시험 보는 사람 |
모티프 유형 | 민중을 보살피는 임금 |
[정의]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숙종 대왕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금주령과 숙종 대왕」은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광포 전설이자 숙종 대왕에 대한 인물 전설이다. 숙종 대왕이 평복을 입고 신분을 감춘 채 암행하면서 선한 백성을 도와준다는 이야기이다. 숙종 대왕 미행담은 구전을 통해서 전해지는 동안에 다양한 변모를 겪었는데 그 변이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채록/수집 상황]
1989년 김한중이 엮은 『경산지』와 2002년 간행한 『경산의 전설과 민담』에 수록되어 있으나, 채록 경위는 명확하지 않다.
[내용]
숙종 대왕 때 3년간 날이 가물어 흉년이 들자 나라에서 금주령을 내렸다. 그리고 금주령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관리들을 시켜 조사하게 하였다. 신하들에게서 금주령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 숙종 대왕은 자신이 직접 조사를 하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안을 돌아보니 별 문제가 없어서 북쪽 지방으로 갔다. 가는 길에 재를 하나 넘으니 앞에는 강이 가로막고 있었고 어둠과 함께 배고픔과 피로가 밀려왔다. 강을 어떻게 건너야 될지 몰라서 어두운 강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어둠에 적응이 되어 주위가 약간씩 보이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근처에 배가 한 척 있었다. 배가 있는 것을 보니 이 근방에 동네가 있을 듯하여 자세히 살피니 먼 곳에서 불빛이 보였다. 불빛을 따라 그 집을 찾아가니 그 집에서 마침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대왕이 가만히 다가가 문구멍을 뚫어서 들여다보니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대왕은 날이 밝으면 당장 엄벌에 처하리라 마음을 먹고 더 지켜보았다. 제사를 다 지내고 술을 모두 한 그릇에 부어 이고 나가기에 대왕이 궁금하여 따라가 보았다. 술과 음식을 이고 가던 사람이 강가에 이르자 배를 타고 가서 강에다 음식과 술을 버렸다. 이상하게 여긴 대왕이 그제야 그에게 말을 붙여, 길 가던 나그네인데 배가 고파 들어왔다고 하였다. 주인은 잘 오셨다 하면서 대왕에게 밥상을 차려 주었다. 한참 밥을 먹던 대왕이 제사를 지내는 것 같던데 술이 있으면 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인이 “지금은 임금님도 좋아하시는 술을 끊으시고 금주령을 내리셨는데 당신이 어떻게 술에 대한 말을 하십니까? 함부로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라며 버럭 화를 내었다. 주인의 말을 들은 대왕이 얼른 사과를 하고 주인을 기특하게 여겨 그에게 벼슬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인은 “나는 나룻배 사공인데 용왕님 덕분에 먹고살기 때문에 용왕님께 제사를 지냅니다. 그래서 약간의 술을 용왕님께 대접하였지만 나는 입에도 대지 않았소.” 라고 했다. 대왕이 속으로 기뻐하며 그에게 무슨 벼슬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주인은 자기 같은 사람이 무슨 벼슬이냐며 펄쩍 뛰었지만 대왕은 아무 날 아무 때 서울에 오면 벼슬 시험이 있으니 대궐로 찾아오라고 했다. 주인은 대궐을 찾는 것도 시험도 자신 없다고 했지만 대왕은 자기가 시험 문제를 가르쳐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주인에게는 먹과 벼루, 종이도 없어서 문종이에 새 한 마리를 그려 주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닭이나 새가 아니라 ‘봉’이라 대답하라고 일러 주었다.
이튿날 숙종 대왕은 주인에게 아무 날 서울로 오라고 하고는 떠났다. 집 주인은 행낭에 노자와 그림을 넣어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재를 넘을 때도 강을 건널 때도 ‘봉’을 중얼거리며 서울에 당도했다. 산골에 살다가 큰 대궐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지고 놀라워 그만 ‘봉’을 잊어버리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대왕은 시험치는 사람을 볼 수 있지만 시험치는 사람은 대왕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시험관이 종이의 그림을 보여주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두부’라고 대답했다. 이 사람에게 벼슬을 주려고 이 시험을 치르는데 그가 틀린 답을 말하니 대왕은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다시 물었는데 역시 ‘두부’라고 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어이가 없어서 “이 양반이 정말로 그러나. 봉 할아버지 아니오.” 라고 했다. 대왕이 생각하기를, “저 사람은 봉도 모르는데 저쪽은 봉 시조까지 아니 벼슬을 안 시켜 줄 수가 없구나.” 하고 ‘봉 할아버지’라 이야기한 사람에게 벼슬을 주고 그 집 주인에게는 재물을 주어 내려 보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모티프 분석]
「금주령과 숙종 대왕」의 모티프는 ‘민중을 보살피는 임금’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고통받고 있는 민중에게는 구원자가 필요했으며, 설화는 주로 숙종 대왕과 박문수를 그런 인물로 내세웠다. 임금은 구중궁궐에 세상모르고 들어앉아 있지 말고 백성의 어려움을 알고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팽배해, 화제에 자주 오른 숙종을 그 주역으로 등장시켰다. 전설의 내용이 실제 행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숙종 대왕이 백성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백성이 무지하여 그 도움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당대에 선하지만 무지한 백성들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